EPISODE 06지증대사의 말년
891년 10월 29일 죽음이 임박했던 엔친은 밤이 되자 가사를 입고 물로 입을 헹궜습니다. 그리고 나서 조용히 입적했습니다. 향년 78세였습니다. 15살의 나이로 히에이잔에 들어간 이후 평생을 불법에 바친 삶이었습니다.
죽음이 다가온 엔친은 제자들을 모아 자신의 장송과 관련해서 화장을 하라고 지시하면서 "부처의 가르침과 수행이 전해진다면 나의 죽음 따위가 대수겠는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후 1100여년간 엔친의 교법은 제자들을 통해 대대로 전해지고 있으며, 그가 남긴 많은 경전, 문서류도 잘 보존되어 지금도 미이데라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들 문서 중에는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직감한 엔친이 절의 업무와 의식 등 중요한 사항을 항목별로 적어서 신뢰하는 후계자에게 뒷일을 부탁한 '병중언상서', 888년 75세의 엔친이 제자들에게 남긴 유계 '제계문' 등 엔친이 자필로 쓴 것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의 위대한 생애에 대해서는 입적 후 10여년이 지난 902년 엔친과 활발한 교류를 했던 문장박사 미요시 기요유키가 쓴 '천태종 엔랴쿠지 좌주 엔친전'에 잘 나와 있습니다. 이 책에는 임종일 아침까지 열반경소의 교정을 보던 엔친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엔친이 말년에 이르기까지 불전연구에 힘쓰고 더 높은 경지에서 불교를 깨닫고자 노력한 모습이 적혀 있습니다. 927년에는 다이고 천황으로부터 '지증대사'라는 시호를 하사받았습니다. 지증대사 엔친의 이름은 지금도 일본 불교사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